제21호(03월) | 한국 해군, 미래형 추진체계 잠수함 확보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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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김종하(정책학박사, 한남대 경영·국방전략대학원장) 작성일17-04-04 11:00 조회5,519회 댓글0건본문
한국 해군, 미래형 추진체계 잠수함 확보 서둘러야 한다
김종하(정책학박사, 한남대 경영·국방전략대학원장)
I. 들어가며
북한과 주변국들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은 연안에서 근해, 근양, 그리고 원양에 이르기까지 바다에서 우리의 국가이익을 수호, 관철할 수 있는 강력한 해군력을 필요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수상과 수중, 공중의 입체화된 전력을 통한 전통적인 해전 수행뿐만 아니라, 합동(合同: joint) 전력의 일원으로서 상륙강습, 종심(縱深) 정밀타격, 적 항공기와 탄도미사일에 대한 광역 방공 등의 다기능·다차원적인 전투력을 제공해 전쟁 억지,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야 함을 뜻한다. 또한 군함 자체와 탑재 무장이 발휘하는 기술적인 우열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해군력의 기술 집약적인 특징을 고려할 때, 현재와 장래의 기술력 발전을 통한 군사적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도 있다. 여기에는 미래형 추진체계의 개발, 확보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본 글은 한국 해군이 리튬계열 2차전지 기반의 AIP 추진체계 탑재 잠수함을 빠른 시일 내에 확보해야 할 필요성에 관해 논의한다.
II. 한국 해군 잠수함 재래식 추진체계의 기술적 한계
잠수함은 수중에서 활동하는 ‘은밀성’을 앞세워 적 해군력이 예상하지 못하는 시간, 위치에서 기습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이는 적은 규모로도 보다 거대한 적 해군력에게 기습적인 보복과 전력손실, 소모에 따르는 두려움을 강요하여 바다로의 침공을 억지, 견제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해군력의 양적, 질적 수준에서 중국,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보다 상대적인 열세에 놓여있는 한국에게 잠수함의 군사 전략적인 가치는 지대(至大)한 것이다. 한국 해군이 독일제 209급을 바탕으로 건조된 ‘장보고’(수중배수량 1,300톤)급 소형 재래식 잠수함을 처음 인수한지 23년만인 2015년 2월 1일, 수중 전력을 총괄 지휘하는 함대급의 잠수함사령부를 세계 6번째로 창설한 것도 이를 반영한 결과다(김귀근, 2015).
현재 한국 해군은 총 10여척의 잠수함정을 보유 중이다. 숫자상의 주력은 2000년까지 총 9척이 건조된 장보고급이며, 환태평양 훈련(RIMPAC)을 비롯한 여러 다국적 해상 연합훈련을 통해 우수한 운용 능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정모 외, 2014). 2006년에는 역시 독일제 214급을 바탕으로 제작, 건조된 손원일급의 초도함이 진수되었는데, 이로써 한국 해군은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AIP 추진체계를 탑재하는 재래식 잠수함을 확보했다. 손원일급의 전력화는 해군이 기존의 재래식 잠수함보다 장기간의, 지속적인 잠항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수중 임무의 공간적, 기능적인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연안에서의 정찰, 초계, 방어에 그쳤던 수세적인 성격에서 벗어나, 한반도 주변 해역을 비롯한 원해(遠海)에서 적 해군력의 활동을 조직적, 체계적으로 차단, 거부, 교란하는 보다 공세적인 역할의 수행을 모색할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된 것이다.
2014년 기준으로 손원일급은 총 5척이 건조되었으며, 오는 2018년까지 총 9척을 전력화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해군은 2020년대 이후 기존의 장보고급을 대체하기 위해 배수량이 3,000톤급으로 확대된 중(重)잠수함을 확보하는 ‘장보고-Ⅲ’ 차기잠수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보고-Ⅲ 사업은 잠수함의 설계, 제작, 건조에 이르는 획득 과정 전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최초의 계획이다. 2018년 1번함을 진수한 후 2020년까지는 실전 배치한다는 것이 목표다(윤병노, 2014).
오는 2030년 무렵까지는 총 9척의 국산 중(重)잠수함이 장보고-Ⅲ 사업을 통해 전력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은 같은 시기까지 3개 기동전단 규모로 확대될 해군 수상 전력과의 협동 작전 수행과 더불어, 척당 10발 이하의 잠대지 미사일을 탑재, 운용하는 전략무기로서 매우 큰 가치를 차지할 것이다(김호준, 2013). 이미 군 당국은 2013년 2월 손원일급 재래식 잠수함에서 사거리 500∼1,000km급의 국산 순항미사일을 발사, 명중시키는 영상을 공개하여 북한 전역을 겨냥하는 잠대지 전략 타격 능력이 실전에 배치되어 있음을 과시한 바 있다(김병륜, 2013).
하지만 위와 같은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현재 해군이 보유, 배치하고 있는 잠수함들은 재래식 추진체계의 기술적인 한계에 따른 작전상의 제약을 벗어날 수 없다. 먼저 숫자상의 주력인 장보고급은 전통적인 디젤 기관, 축전지 방식의 추진체계를 탑재, 운용하기 때문에 잠항 기간은 3일 이내로 한정된다. 그 결과 재래식 잠수함 특유의 우수한 항해 정숙성에도 불구하고, 장보고급의 평·전시 임무 수행은 연안에서의 초계, 방어로 국한될 수밖에 없다. 손원일급의 경우, 연료전지 방식의 AIP 추진체계를 탑재해 2주 이상의 장기 잠항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4∼6노트 이하의 저속 항해를 기준으로 한 것이며, 20노트 이상의 고속 항해를 실시한다면 손원일급 역시 잠항 지속능력이 1∼2시간으로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김재엽. 2014).
이 정도로는 적의 해군력 투사(投射)를 지속적으로 거부, 차단하기 위해 잠수함을 동·서·남해의 대륙붕, EEZ에서 조직적, 체계적으로 투입 및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은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한반도를 훨씬 벗어난 600∼1,000해리 이상의 근양, 원양에서는 잠수함 특유의 은밀성에 기반을 둔 생존성, 기습 능력의 발휘에 큰 제약을 받을 뿐만 아니라, 기동력도 현저히 약화돼 정상적인 수중 임무의 수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경우 해군이 계획하고 있는 3개 기동전단 규모로의 수상 전력 확충이 실현된다고 해도, 잠수함의 원거리 호위, 지원 능력이 제한되면서 근양 및 원양으로의 해군력 투사(投射) 능력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해군의 잠수함이 북한, 주변국에 의한 해군력 위협을 결정적으로 억지, 격퇴할 수 있는 전략무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연안과 한반도 주변의 공해(公海)뿐만 아니라, 적 해군력의 중심(center of gravity)에 해당하는 주요 해군기지, 항구와 인근 해역에서도 습격, 봉쇄, 출항통제 등의 공세적 임무를 실시하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특히 북한이 개발, 건조를 진행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의 입·출항 등 주요 활동을 지속적으로 감시, 추적, 견제하고 유사시 파괴하는 전략적 대잠전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적 해군력의 통제권 안에 있는 원해(遠海)에서도, 장기간의 지속 잠항, 고속 항해 능력을 겸비하여 생존성, 기습 효과를 함께 발휘할 수 있는 잠수함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해군은 앞으로 전력화할 잠수함에서 기존 재래식 추진체계의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형 추진체계의 탑재, 운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2차 전지 기반의 개량형 AIP 추진체계와 원자력 추진체계가 그 대안으로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현 시점에서 한국 해군은 기술, 외교 측면에서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원자력 추진체계보다는 리튬 계열의 2차전지에 기반을 둔 AIP 추진체계를 미래형 추진체계로서 우선적으로 개발, 확보할 필요가 있다.
III. 2차 전지기반 AIP 추진체계 개발 확보 필요성
오늘날 잠수함용 AIP 추진체계의 개발 능력을 보유한 국가들의 상당수가 리튬 계열의 2차전지 기술을 적용한 신형 재래식 잠수함의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일본이 대표적이다(Annati & Bastiaans, 2015). 이는 기존의 납축전지보다 대용량의 전력(電力)을, 장기간 저장 및 충전하여 지속적인 잠항, 고속 항해 능력을 함께 제공할 수 있는 리튬 계열의 2차전지의 기술적 효용성을 반영한 것이다(Scott, 2012).
현재 한국은 이미 리튬 계열의 2차전지를 군사용, 특히 해군 무기체계의 핵심 추진동력으로 개발 및 실용화하는 단계에 있다. 2009년에 처음 공개된 사거리 20km의 장거리 대잠로켓 ‘홍상어’는 발사 후 수중에서 유도, 항해하는 경(輕)어뢰의 추진용으로 리튬-폴리머 전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해당 종류의 전지가 어뢰의 추진 동력으로 탑재된 세계 최초의 사례다(이재명, 2010).
한국 해군이 리튬 계열의 2차전지가 포함된 AIP 추진체계를 탑재, 운용하는 재래식 잠수함을 확보한다면, 현재 손원일급이 보유하고 있는 2주일 이상의 장기 잠항능력과 더불어, 10∼20노트 이상의 고속 항해를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기존 재래식 잠수함보다 훨씬 연장시킬 수 있게 된다. 특히 적 해군력에 대한 어뢰 공격을 실시하여 위치가 노출된 후에도, 잠수함이 적 수상 전투함정과 대등하거나, 보다 빠른 속도로 회피 항해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 생존성을 향상시키는 전술적 효과를 제공한다. 여기에 사거리가 연장된 고성능의 어뢰, 대함미사일까지 탑재, 운용한다면, 재래식 잠수함으로도 안전하고 기습적으로 적 해군력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IV. 나가며
리튬 계열 2차전지 기반의 AIP 추진체계를 탑재, 운용하는 재래식 잠수함은 한국 해군이 동·서·남해의 대륙붕, EEZ와 독도, 이어도 등을 포함하는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적의 해상 침범을 거부, 차단, 분쇄할 뿐만 아니라, 적 해군력의 통제권 안에 있는 해역에서 직접 적의 해군 활동을 교란, 방해, 제압할 수 있도록 강화된 생존성과 기습 능력을 보유하게 할 것이다. 이는 어찌보면 원자력 잠수함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장기간의 지속 잠항, 고속 항해를 가능하게 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해군은 잠수함의 장기간 지속 잠항, 고속 항해 능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리튬 계열 2차전지 기반의 AIP 추진체계를 탑재, 운용하는 것을 빠른 시일 내에 추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장보고-Ⅲ 중(重)잠수함의 전력화가 2020년대 초반으로 계획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해군의 재래식 잠수함에서 리튬 계열 2차전지 기반의 AIP 추진체계를 탑재, 운용하는 것은 2020년대 중반 이후로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감안해, 장보고-Ⅲ의 개량형, 배수량 500톤급의 신형 잠수정을 대상으로 먼저 탑재, 운용한 후, 손원일급과 장보고-Ⅲ 초기형의 개량 과정에서 추진체계를 교체하는 방안을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김귀근, “해군 출범 70년만에 잠수함사령부…北위협 능동억제,” 『연합뉴스』, 2015년 2월 1일.
2. 김병륜, “잠대지ㆍ함대지 순항미사일 첫 공개,” 『국방일보』, 2013년 2월 15일.
3. 김호준, “해군, 2020년대 3천t급 잠수함 9척 전력화,” 『연합뉴스』, 2013년 8월 4일.
4. 김재엽, “원양 작전 능력 확보를 위한 한국 해군의 장기(長期) 발전 방안: 항공모함, 원자력 잠수함의 도입을 중심으로,” 『Strategy 21』, 제17권 제2호, (2014년 가을), p. 95.
5. 이정모 외, 『잠수함에 대한 이해 100문 100답』(진해: 해군 제9잠수함 전단, 2014), pp.178-179.
6. 이재명, “한국 해역 수호하는 어뢰 삼형제: ‘ 백상어·청상어·홍상어’,” 『과학과 기술』, 제495호, (2010년 8월), p. 48.
7. 윤병노, “3000톤급 중형 잠수함 장보고-Ⅲ 사업 첫발 뗐다,” 『국방일보』, 2014년 11월 28일.
8. Annati, Massimo, and Bastiaans, Pieter, “Submarine Developments: Exploring Future Technology Concepts,” Military Technology, Vol. 39, No.2 (2015), pp. 99-100.
9. Scott, Richard, “Power Surge: The Li-ion Alternative to the Lead-acid Submarine Legacy,” Jane’s International Defence Review, February 2012, pp. 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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