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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저널 2016년 ISSN 2465-809X(Online)

제18호(12월) | 東人과 西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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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김무일 작성일17-01-09 10:25 조회3,2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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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충무공전서 행록의 충무공과 원균에 대한 전후 7차 어전 회의록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순신의 인품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발언들을 접하게 된다.

 

- 선조: 한산도 장수(이순신)는 편안히 드러 누워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 윤두수(판중추부사): 순신은 왜적을 겁내는 것은 아니고 실상 나가 싸우기를 꺼리는 것입니다.

- 김응남(좌의정): 정운이가 순신이 싸움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죽이려고 하자 순신이 겁을 내어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싸웠습니다.

- 윤두수: 순신이 조용한 것 같기는 하오나 다만 꾀가 많아 앞에 나서지 않는 모양입니다.

- 선조: 수군의 선봉을 갈아야겠다.

- 정탁(지중추부사): 죄가 있기는 하옵니다만 위급한 때에 대장을 바꿀 수는 없사옵니다.

- 이정형(이조참판): 원균이 통제사가 되면 일이 잘못될까 두렵습니다. 갑자기 할 것이 못되오니 자세히 살펴서 하옵소서.

 

승승장구하는 통제사를 교체하려고 왕과 대신들이 주고 받는 발언내용을 보면서 그들의 자질을 의심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2월 방영한 KBS사극 징비록에서 서인의 모사꾼으로 등장하는 송익필의 일생을 알고 나서 당쟁의 실상을 짐작할 것 같았다.

 

 

서인(西人)의 근거지 파주

 

경기도 파주 교하리에 송익필(1534년생), 눌노리에 성흔(1535년생), 율곡리에 이이(1536년생) 등 세 사람은 젊은 시절부터 국가의 주요 사안에 관해 편지를 주고 받으며 뜻을 나누었다.

또 이들을 후원한 심의겸(1535년생, 명종의 비 인순왕후 심씨의 동생)도 파주의 광탄이 근거지였는데 파주의 네 청년이 일찍부터 한 무리가 되어 조정일에 개입을 시도한 것이 서인의 출발이다.

심의겸과 정철(1536년생)은 과거 동기생이고 이이와 정철은 친구이자 동지였다.

우리는 선조 8년 이조 정랑 자리를 두고서 심의겸과 김효원이 충돌하면서 당쟁이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보다 4년 앞선 선조 4년 영의정 이준경(李俊慶, 연산군 5~선조 5)이 사망하기 직전에 임금에게 유차(遺箚)를 올려 직언했다. “지금 벼슬아치들이 이런 저런 명목으로 붕당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대단히 큰 문제로서 나중에 반드시 나라의 고치기 어려운 환란이 될 것입니다.” 이준경이 정치형태를 비판하는 유차를 남기자 당황한 이이는 몸소 글을 올려 변명하였다.

조정이 맑고 밝은데 어찌 붕당이 있겠습니까? 이는 임금과 신하를 갈라놓으려는 것이옵니다. 사람이 죽음에 임해서는 착한 법인데 이준경은 죽음에 이르러 그말이 악하니 이상한 일입니다.”

우리는 율곡 이이가 당쟁과는 거리가 먼 유화적인 인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준경의 상소에 대한 이이의 반응을 보면 그는 처음부터 서인의 주동 인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의 마지막 적통(嫡統) 임금 명종(明宗-13)이 후사(後嗣)도 없이 붕어하자 11대 중종(中宗)의 후궁 창빈 안씨의 손자 하성군이 즉위하니 14대왕 선조이다. 명종 이후의 왕은 적통이 아니기 때문에 정통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무리가 서인-노론이고, 적통이 아니라도 똑같은 임금이라고 주장하는 무리가 동인(東人)이고 후에 남인(南人)으로 이어진다.

 

 

문제의 인물 송익필(宋翼弼)

 

송익필의 아버지 송사련(宋祀連)은 중종15(1521) 10월 승정원에 충격적인 내용을 고변(告變)한다.

안처겸이 지난날 저에게 말하기를 간신이 오랫동안 조정에 있게 해서는 안되니 마땅히 제거한 다음 주상께 아뢰어야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송사련과 안처겸은 적서(嫡庶)의 차이는 있지만 외사촌 형제간이었다.

즉 안처겸의 아버지 안당(좌의정 역임)은 안돈후와 본처 사이에서 난 적자였고, 송사련의 어머니는 안돈후와 비첩(婢妾)사이에서 난 서녀였다. 이 사건으로 안당 집안은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고 그 집은 송사련이 차지하게 된다.

명종 14(1559)26세의 송익필은 소과에 급제한 후 대과 공부에 한창이었는데 조정 내에서 송익필은 비첩의 자손이므로 과거를 허용하는 것은 국법을 어기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이를 알게된 송익필은 벼슬의 길을 접고 학문 연구에만 몰두한다.

1586년 동인의 수장 이발(李潑)이 송익필 일가의 면천(免賤)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송익필과 그 일가 70여 명을 다시 안씨 집안의 노예로 판정해 버린다. 몇 년 뒤 (1589) 정여립(鄭汝立) 반란음모사건이 발생하는데 정여립과 편지를 주고받은 이발 등 동인이 연루자로 몰려 임진란 발발 1년전 1천여 명의 사람들이 모진 고문으로 죽게 된다. 특히 이발은 82세의 노모와 11세 이하인 5명의 아이들까지 모진 고문으로 옥중에서 죽는다. 이는 송익필 일가를 환천(還賤)되도록 판정한 이발에 대한 보복이었던 것이다.

 

 

묘비에 새겨진 송익필의 행적

 

서인들은 학통을 내세우는 과정에서 송익필이란 이름을 입에 담을 수가 없어 자신들의 스승을 이이로 내세우게 되고 이후에도 이이는 서인의 사상적 종주(宗主)로 받들어지게 된다. 이이가 죽었을 때 율곡 제문을 썼고, 성흔의 죽음 앞에 시()를 남겼던 송익필은 1599년 생을 마감한다.

그가 떠나고 24년 후 (광해군 13) 인조반정이 일어난다. 반정이 성공해 논공행상을 하는데 1등공신 9명 모두가 송익필과 직간접적으로 사제(師弟)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을 보면 이들의 응집력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인조반정 이래로 고종시대에 이르기까지 300여 년 동안 정권은 노론당의 장기집권이었다. 송익필 사후 70여 년이 지나서 노론의 수장 송시열이 송익필의 묘갈명(墓碣銘)을 쓴다. “김장생이 율곡 이이선생을 모시어 도가 이루어지고 덕이 높아지는 경지에 이르도록 이끌어 주신 분은 송익필 구봉 선생임을 감출 수 없는 것입니다

 

 

죽어서 이룬 면천(免賤)

 

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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