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힘을 통한 평화 구상 > E-저널 2016년 ISSN 2465-809X(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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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저널 2016년 ISSN 2465-809X(Online)

제17호(11월) | 트럼프 행정부의 힘을 통한 평화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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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송승종 작성일16-12-27 17:55 조회1,2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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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트럼프 행정부가 구상하는 안보전략의 키워드는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이다. 집권 후 추진할 국내·외 정책의 로드맵을 집대성한 공화당 정강정책 중에서 ‘미국의 회생(America Resurgent)’이라는 제하의 섹션은 공화당이 “힘을 통한 평화”를 지향하는 정당임을 명기했다. 이는 일찍이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남긴 “전쟁대비는 가장 효과적인 평화보존 수단 중 하나(To be prepared for war is one of the most effectual means of perserving peace)”라는 가르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강정책에 의하면, ‘힘을 통한 평화’의 전제조건에 해당되는 군사적 우세의 확보는 무력공격의 억제 또는 사활적 국가이익에 대한 위협의 패배를 추구하는 국방안보전략의 초석(cornerstone)이다. ‘힘을 통한 평화’ 구상은 지난 8년간 오바마 행정부에서 예산 자동삭감(sequestration) 등으로 육·해·공군 및 해병대를 포함한 군사력이 약화되고,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의 ‘배후로부터의 지도(leading from behind)’ 같은 나약한 리더십과 허약해진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도발, 러시아의 크림반도 불법병합과 발트해 연안국가 위협, 중동지역에 횡행하는 극단적 이슬람 테러집단의 발호 등 국제적 위기사태를 자초했다는 비판적 평가에 기초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경제분야의 최고 책사가 될 것으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는 알렉산더 그레이(Alexander Gray)와 ‘Foreign Policy’에 “아·태지역에 대한 트럼프의 힘을 통한 평화 비전(Donald Trump’s Peace Through Strength Vision for the Asia-Pacific)”이라는 제하의 기고문을 발표했다. 이 기고문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주도했던 “아·태 재균형 정책”의 문제점을 통렬히 지적하며 향후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진하게 될 새로운 아·태정책의 뼈대와 비전을 제공한 것으로, 앞으로 한국 내 외교·안보 및 군사·국방 당국자들이 면밀히 분석해 보아야 할 매우 중요한 자료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미국내 주류 언론에서는 이 기고문을 “트럼프 독트린”으로도 부른다. 아울러 트럼프는 대선유세 기간 중이던 금년 9월 7일 필라델피아에서 행한 연설에서 ‘힘을 통한 평화’의 실천을 위한 대대적 군사력 증강의 구체적 윤곽을 제시했다. 이는 트럼프 진영이 ISIS 격퇴를 위한 계획을 포함하여, 자신들이 내놓은 정책·전략들의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클린턴 진영이 비판했던 것과 확연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요컨대, 이로 미루어 볼 때, 향후 트럼프 행정부는 대외정책에서 군사력 증강과 더불어 군사적 측면에 역대 그 어느 행정부와 비교해서도 높은 비중, 또는 적어도 레이건 행정부에서와 거의 유사한 비중과 위상을 부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Ⅱ. “트럼프 독트린”

나바로에 의하면, 2011년 당시 국무장관이던 힐러리 클린턴이 아·태지역으로의 군사적 ‘회귀(pivot)’를 개시한 대외정책은 과거 10년간 미국이 중동지역 전쟁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미국이 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간과했다는 자성과 중국의 점증하는 고압적(assertive) 행보에 동맹국들이 체감하는 위협인식 등을 반영한 것으로, 기본적 방향성은 타당한 것으로 인정될 만하다. 하지만 군사적 분야에서의 ‘호언장담(talking loudly)’과 달리 ‘초라한 회초리(a small stick)’만을 내세운 나머지, 지역 내에서의 도발과 불안정을 감소시키기는커녕 되레 그 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비록 오바마 행정부의 아·태정책이 의회로부터 초당적 지지를 받으며 부상하는 중국의 견제에 나섰지만, 때맞춰 터져 나온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이 휘청거리는 허점과 빈틈을 정확하게 포착한 중국이 자국 시장을 주변국들에게 개방하고 이들을 금융권으로 끌어들이는 등의 노력으로 역내에서 미국의 군사적 예봉을 무디게 만들었다. 지난 수십년간 경이적 경제성장 과정에서 축적된 막대한 국부(國富), 특히 미국시장에서 거둬들인 거대한 무역흑자를 바탕으로 박차를 가했던 군사력 현대화 프로그램으로부터 결실을 거두기 시작한 중국에 정면 대응하겠다며 거창한 계획을 요란스럽게 발표했지만, 정작 군사적 면에서 내놓은 조치라고는 싱가포르에 연안전투함 또는 호주 다윈항에 2,500명의 해병대를 파견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것이 나바로가 기고문에서 지적한 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과 유사하게, “말만 요란하고, 채찍은 초라한” 아·태 재균형정책의 현주소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잔뜩 “쪼그라든 함대(shrinking fleet)”로는 “아시아로의 회귀”라는 것이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클린턴의 ‘허약한’ 회귀정책은 동중국해·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고압적이고 공세적인 행보에 속수무책이고, 북한에 대해서는 거듭되는 핵실험과 천안함 폭침 같은 군사도발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인내” 같은 실패한 정책으로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시리아 사태에서 ‘레드라인’이란 것을 그려놓았지만 정작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로 자국민을 대량학살하는 범죄행위를 저질러도 이를 수수방관했던 처사는 역내 미국의 동맹국 및 우방국들이 미국 안보공약의 신뢰도에 의구심을 품는 계기가 되었다.

나바로가 밝힌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아·태정책은 투트랙으로 진행될 것이다. 첫째, 트럼프는 TPP 같은 ‘나쁜’ 무역협정에 가입함으로써 외교정책이라는 허울좋은 제단에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희생시키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했던 재균형정책에서 군사적 분야와 더불어 경제면에서 양대 기둥을 형성했던 TPP에 대한 사실상의 ‘사형선고’를 의미한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은 레이건 행정부에서 시작되었으나 오바마 행정부가 포기한 ‘힘을 통한 평화’ 전략을 굳건히 밀고 나갈 것이다.

군사력 증강을 위해 트럼프는 ‘국방 시퀘스트레이션’의 폐기를 위해 의회와 협력하여 초당적 합의를 도출할 것이다. 자동삭감 조항이 사라지면 국방비는 여타 예산항목들과는 독립적으로 이론상으로 볼 때 ‘대폭적으로 증액’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될 것이다. 군사력 증강계획에서 최대의 관전 포인트는 미 해군력이다. 트럼프는 현재 274척에 불과한 함정을 350척으로 증가시킬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독트린’에는 구체적인 군사력 증강의 청사진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제리 헨드릭스(Jerry Hendrix)가 ‘The National Interest’에 발표한 기고문(“12 Carriers and 350 Ships: A Strategic Path forward from President Elect Donlad Trump”)에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12개 항모전단 및 350척의 전함’ 실현을 위한 전략적 추진계획이 언급되어 있다.

Ⅲ. ‘12개 항모전단 + 전함 350척’ 계획

제리 헨드릭스에 따르면 전함 350척 구축을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결정은 현재의 전략환경을 제대로 짚어낸 것이다. 이로써 지난 30년간 해군력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되어 왔던 하향추세에 종지부를 찍고, 미국이 ‘예외주의(Exceptionalism)’를 의미하는 “대체불가(irreplaceable) 국가”로서의 지도적 위상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350척은 필수 최소치에 불과하다.

미국이 마지막으로 그만큼의 전함을 보유했던 것은 1998년 말로서, 당시의 해군력은 12척의 항모를 비롯하여 순양함 30척, 구축함 53척, 프리깃함 40척, 고속공격용 잠수함 70척에 이르렀다. 5년 후 미 해군함정은 300척으로 줄더니 오늘날에는 272척으로 더욱 축소되었다. 여기에는 항모전단 10개, 순양함 22척, 구축함 22척, 프리깃함 제로, 고속공격용 잠수함 54척 등이 포함된다. 이처럼 해군력의 규모가 내리막길을 걷게 된 원인은 새로운 첨단기술의 등장으로 함정 건조비가 상승했지만 함정 건조에 할당된 예산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해군예산은 2011년 통과된 예산통제법(Budget Control Act) 상의 자동삭감 조항에 따라 2011년 대비 거의 800억 달러가 줄어든 반면, 오바마 행정부는 국내지출에 더 높은 예산배정 우선순위를 부여했다. 이런 요인으로 국방비 지출에 재앙적 결과가 초래되었지만 그나마 해군이 새로운 함정을 지속적으로 건조해 내는 것은 ‘영웅적(heroic)’ 행위에 다름없다. 현재 해군 예산은 소요액이 1,900억 달러인데 비해 할당된 예산은 1,550억 달러에 불과하다.

헨드릭스는 항모전단의 증가와 더불어 항공모함에 탑재되는 항공기의 능력 향상을 강조했다. 1950년대에 항모 비행단의 항속거리는 1,200~1,800마일이었으나, 1970년 말부터 대략 900마일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냉전종식 이후 종심타격임무가 공군으로 전환된 다음부터는 지금까지 항속거리가 500마일에 불과하게 되었다. 특히 중국의 A2/AD 능력을 극복하기 위해 F/A-18 Super Hornet이나 F-35C Lightning II 같은 장거리 항공기와 더불어 무인기 등을 추가함으로써, 나아가 12개 항모전단이 미국의 사활적 국익이 걸려 있는 전세계 18개 해역(maritime regions)에서 해외주둔 및 군사력 투사의 신뢰도를 제고하는데 기여토록 해야 한다. 요컨대, 트럼프가 공약한 항모전단 12개와 전함 350척 계획이 시행되면 이는 향후 미국이 추진하는 ‘대전략(grand strategy)’의 견고한 기초가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위한 많은 일자리들도 창출될 것이다.

Ⅳ. 트럼프 후보의 ‘군사력 증강’ 관련 연설

2016년 9월 7일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행한 유세 연설은 트럼프 후보가 직접 육성으로 ‘힘을 통한 평화’를 추진하기 위한 대대적인 군사력 증강계획을 밝힌 최초의 발언이다. 연설 후반부에서 트럼프 후보는 취임과 동시에 의회에 국방비 자동삭감의 ‘완전한 제거’를 요청함과 동시에 군사력 재건을 위한 새로운 국방비 예산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가 밝힌 청사진에 의하면, 육군은 현재의 49만명에서 54만명으로, 해병대는 12,480명을 늘려 대대 숫자를 23개에서 36개로, 해군은 수상함과 잠수함을 합친 현재의 275척에서 350척으로, 그리고 공군은 전투기 100대를 늘려 1,200대로 각각 증가될 것이다. 동시에 그는 취임 30일 내에 펜타곤으로 하여금 ISIS 격퇴를 위한 계획을 수립 및 제출토록 지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는 군사력 증강에 따른 예산조달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보수성향의 연구소인 ‘American Enterprise Institute(AEI)’의 추정에 의하면 계획의 추진을 위해서는 현재의 국방비에 추가하여 매년 500억~600억달러가 추가로 소요될 것이다. 예컨대, 4년간에 걸쳐 육군의 병력규모를 54만명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약 350~500억달러, 해군 함정을 350척으로 확대시키려면 130억달러, 해병대를 36개 대대로 증가시키는데 150억달러, 그리고 공군력을 1,200대로 늘리는데 250억달러가 각각 소요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추산한 비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국방비 지출 추세(1950~현재), 인플레이션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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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문제점 및 시사점

우리는 이 시점에서 트럼프로 하여금 오늘날 대대적인 군비증강 계획을 구상하게 된 결정적 동기가 적대국이 아닌 동맹국에 대한 ‘분노’라는 점을 각별히 명심해야 한다. 인터뷰 매체가 ‘Playboy’란 점이 약간 이례적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1990년 3월 트럼프는 상기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떤 외교정책을 추진할 것인가?”라는, 당시로서는 실현될 가능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우스갯소리 같았을 질문에 대하여 놀랍게도 감정에 사무친 격정적인 답변을 다음과 같은 요지로 토해냈다.

“나는 극단적으로 강력한 압도적 군사력을 신뢰한다. 그 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러시아건, 동맹국이건 모두 다 마찬가지다. 나는 압도적으로 강력한 군사력, 완벽한 군사력을 가질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일부는 우리가 전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들을 방어해 주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본을 지켜주면서 전세계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동맹국들에 대한 불만을 넘어 회의와 실망, 그리고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조롱거리로 전락한 이유는 이런 부자나라들을 지키기 위해 몇 년씩이나 매년 1,500억달러의 손해를 입고 있는 반면, 우리가 방어해 주지 않으면 15분도 버티지 못하고 지구상에서 사라질 나라들이 우리에게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동맹국’이란 국가들은 미국에게 매년 수십억달러를 뜯어가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국제정치학과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패권을 통해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리는 패권국이 국제안보나 국제자유무역이라는 공공재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비경쟁성(nonrivalry)과 비배제성(nonexcludability)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공공재에 비용을 지불하려는 자발적 유인이나 지불을 강제할 메커니즘이 부재한 상황에서 무임승차의 문제는 어쩔 수 없이 패권국이 짊어져야 할 부담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일찍이 15년 전에 트럼프가 발언한 요지를 종합해 보면, 그의 사고에는 ‘공공재’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음을 간파할 수 있다. 시장기구를 통해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국제공공재에 대하여, 트럼프는 동맹국들을 겨냥해 마땅히 혜택을 누린 만큼의 ‘대가’를 지불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무임승차가 당연시되었던 국제공공재에 비용지불을 요구하는 것은 기존의 국제질서와 전통적 사고에서 일대 혁명 또는 지각변동을 의미한다. 다음 도표를 보면 트럼프의 군비증강 소요비용으로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은 1,500억달러로 추정된다. 아마도 이 액수 중 상당부분은 NATO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 및/또는 동맹국들의 주둔비용 증가로 충당될 것이다. 주한미군도 포함해서 말이다.

트럼프가 구상한 군사력 증강계획에 따른 추가적 소요비용

국방비 자동삭감(sequestration) 조항 삭제

+4,500억달러

추가적 에너지원 탐색으로 조성될 추가적 수입

미지수

미징수 조세문제 해결

-1,500억달러

부적절한 집행 관행 감소

-1,000억달러

연방정부 인력축소로 인건비 절감

-500억달러

소계

+1,500억달러

 

 또 하나 트럼프 대통령의 군비증강 계획에서 유념해야 할 대목은 이렇게 구축된 군사력을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그 대답은 대략 다음과 같다. “우리는 너무도 막강하고, 너무도 강력하고, 너무도 존경의 대상이 된 나머지, 결코 우리가 그것을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우리의 대통령은 러시아의 푸틴으로부터, 그리고 이란으로부터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나는 군사력을 재건할 것이다... 우리 군사력은 너무도 강력하고 막강하여 우리는 절대로(never) 이것을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다. 어느 누구도 감히 우리에게 시비를 걸지(mess with) 못할 것이다. 어느 누구도 말이다.” 따라서 그의 답변을 요약하면 역설적으로 “절대로 군사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절대적으로 압도적인 군사력을 건설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단순명료하고 논리정연한 것 같은 주장에는 위험한 함정의 그림자가 얼씬거린다. 그 주장은 마치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을 벌였던 제1차 세계대전의 허망한 명분을 연상시킨다. 중앙집권적 권위체가 부재한 무정부상태가 지배하는 국제질서에서 필연적 귀결(corollary)로 도출되는 안보딜레마를 잠시만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어떻게 “상대방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절대적 우위의 군사력 건설”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미국의 세계전략이나 군비증강의 원대한 구상이 아니다. 우리가 가장 우려해야 할 것 중의 하나는 그 여파로 우리에게 내밀어질 “전혀 새로운 차원”의 비용청구서이다. 이것을 기존에 양국 간에 반복되었던 방위비분담금의 연장선상에서 안이하게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동그라미가 더 붙은 “청구서,” 나아가 6.25전쟁의 참화에서 한국을 구해주는데 들어간 비용까지 바닥에 깔린 “청구서 폭탄”이 날아올지도 모른다.

그것이 사업가로 대성한 트럼프 대통령이 평생 간직해 온 비즈니스적 관점, 즉 ‘거래적(transactional)’ 관점에서 보면 당연하다는 점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최근 국내 언론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절친한 한인의 생일잔치에 깜짝 등장하여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정겨운 장면을 보도하며 변함없는 한·미관계의 지속에 낙관적인 논조를 보였다. 하지만 과연 몇 사람이나 "트럼프는 철저한 사업가다. 골프클럽 회원에게도 대가 없이는 기념모자 하나도 허투루 주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대목에 주목했을까? 지금부터는 “공고한 한·미동맹,” “빛이 들어올 틈도 없는 긴밀한 혈맹관계”에는 하나같이 값비싼 요금이 붙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날아올 가능성이 높은 “청구서 폭탄”에 만반의 대비가 되어 있는가?

트럼프는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Welcome to the Trump World. Nothing is free here, including the US-ROK Alliance and friendship!”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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