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同床異夢) : 미국과 중국의 남중국해 갈등 > E-저널 2016년 ISSN 2465-809X(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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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05월) | 동상이몽(同床異夢) : 미국과 중국의 남중국해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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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임경한 작성일16-06-08 09:47 조회2,2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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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同床異夢) : 미국과 중국의 남중국해 갈등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 
 부교수 임경한
서론

2016년 5월 현재 중국은 남중국해 내에 위치한 섬들을 인공적으로 확장하면서 군사기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미국이 ‘항행의 자유 작전(FONOP: 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을 강행하는 등 중국의 인공섬 확장 정책에 맞불을 놓으면서 양국 간 갈등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남중국해를 무대로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가 격화하는 것을 단지 두 국가만의 갈등 문제로 보면 안 된다. 남중국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해상교통로(SLOC: Sea Lines of Communications)가 위치해 있는 해역으로 오일 운반선(oil tanker)의 절반 이상, 톤 수 기준으로 상선(merchant ship)의 절반 이상이 통항하는 곳이다. 이른바 G-2(Group of Two)로 불리는 두 강대국의 군사안보적 갈등 양상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남중국해로 집중되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이 글에서는 왜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격돌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남중국해의 중요성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남중국해를 배경으로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안보 경쟁(security competition)의 현황과 앞으로 전개될 현상들을 전망하고자 한다.


왜 남중국해인가?

남중국해(South China Sea)는 북쪽인 중국 본토 아래를 기준으로 동쪽으로 필리핀, 서쪽으로는 베트남, 그리고 남쪽으로는 브루나이와 말레이시아에 의해 둘러싸여 있는 반 폐쇄적인(semi-enclosed) 해역을 일컫는다. 남중국해는 소규모의 섬(islands), 암초(reefs), 사주(cays), 퇴(banks), 암사(shoals)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군도가 자리하고 있는 구역에 따라 동쪽에 자리 잡은 프라타스 군도(Pratas Islands),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파라셀 군도(Paracel Islands), 중앙에 있는 매클레스필드 군도(Macclesfield Bank), 그리고 남쪽에 위치한 스프래틀리 군도(Spratly Islands) 등 크게 4개의 군도로 구분된다(구민교‧임경한, 2013).<그림 1>
지정학(地政學)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남중국해는 해상교통의 요충지이자 각종 해상자원의 보고이며, 주요 국가들의 전략적 중심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해역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해상교통의 요충지로서 남중국해는 거의 모든 동아시아 국가들이 해상무역을 위해 경유하는 길목이다. 국가 전체 무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중국은 약 90%, 일본과 한국은 약 80%,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각각 85%와 95% 수준이 남중국해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전 세계 원유(crude oil)와 천연가스(natural gas)의 2/3가 남중국해를 통해 동아시아 주요 국가로 수송되고 있다.(이재현, 2012) 


 

<그림 1> 남중국해 범위 및 분쟁 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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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US EIA(편집).

 

 

또한 남중국해 내 확인되었거나 예상되는(proved or probable)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은 각각 110억 배럴과 190조 세제곱피트(cubic feet) 수준에 달한다. 이는 멕시코의 원유 매장량과 맞먹고, 유럽의 천연가스 매장량의 2/3에 달하는 수준이다(EIA, 2013) 여기에 더해 남중국해는 바다 생물이 풍부하고 다양한데, 많은 종류의 산호초(coral reef)를 비롯하여 전 세계 수산물의 10% 정도가 잡히는 해역이다. 통상 아시아인들이 전체 단백질 섭취량 중 22% 이상을 수산물 섭취를 통해 해결한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수산물을 획득하는 것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있어 먹거리를 해결하는 기본적인 행위이자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문제로 인식될 수 있다(Gang, 2013; Hancock: 2013). 그만큼 남중국해에서의 자유로운 생산 활동이 필요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남중국해는 미국과 중국이 각각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인 움직임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남중국해는 서쪽으로는 인도양으로 동쪽으로는 태평양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목이다. 대륙세력에서 해양세력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 있는 중국에게 남중국해는 미국의 강한 압박을 뚫고 지역적인 수준에서 국제적인 수준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있어 반드시 거쳐야 전략적 중심인 것이다. 한편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남중국해 문제 해결은 오바마 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 중시 전략의 성과를 결정지을 수 있는 핵심 요소이다. 시나브로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해양력을 중국 본토 가까이로 묶어두기 위한 최전방 결전지가 남중국해인 것이다. 


미국 vs. 중국 : 승자 없는 치킨게임

남중국해를 배경으로 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갈수록 격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2016년 1월 30일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커티스 윌버’가 남중국해 파라셀군도 내 중국이 건설 중인 인공섬 12해리(약 22km) 이내까지 항해했다. 2015년 10월에 이은 2번째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시하였다. 미 오바마 대통령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비행과 항해, 작전을 계속하겠다“며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지속하겠다는 의도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지난 5월에 미 해군은 구축함 ‘윌리엄 P. 로런스’를 추가적으로 남중국해 인공섬 12해리 이내로 항행시켰다. 최근 6개월 사이 3번이나 항행의 자유 작전을 공개적으로 실천에 옮긴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도발 행위에 필요한 모든 주치를 하겠다”라고 강력하게 반발했으며, 남중국해 인공섬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중국해를 배경으로 두 국가가 벌이는 신경전은 <표 1>에서와 같이 최근에 발생한 갈등들을 통해 잘 확인할 수 있다. 

 

 

<1> 남중국해 미중 간 주요 갈등 사례

일자

갈등 내용

2015. 10

, 해군 구축함(라센) 남중국해 인공섬 12해리 이내

항행의 자유 작전(1) 실시

2016. 1

, 전략폭격기 B-52 남중국해 화양자오 12해리 이내

상공 비행

, 해군 구축함(커티스 윌버) 남중국해 인공섬 12해리 이내

항행의 자유 작전(2) 실시

, 민항기 2대 남중국해 융수자오 시험 비행

2016. 2

, 남사군대 융싱다오에 지대공 미사일 홍치-9’

대함 미사일 배치

2016. 3

, 미 스테니스함 항모 전단 항해 시 필리핀 인근서

근접 포위 항해

2016. 4

, 남중국해 우디섬에 전투기 16대 배치

2016. 5

, 해군 구축함(윌리엄 P. 로런스) 남중국해 인공섬

12해리 이내 항행의 자유 작전(3) 실시

 

미국과 중국이 보여주는 안보 경쟁은 국제관계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국제정치에서 국가 간의 경쟁을 설명하는 데 있어 종종 인용되는 ‘치킨게임(chicken game)’은 일명 ‘겁쟁이게임’으로 차에 탄 두 사람이 각각 마주보고 달리다가 충돌을 우려한 쪽이 먼저 방향을 바꾸는 순간 겁쟁이로 즉, 패자로 취급받는다. 반대로 끝까지 차의 방향을 바꾸지 않은 사람은 승자가 된다. 어느 한 쪽의 체면과 위신은 깎이겠지만, 궁극적으로 상호 충돌을 피할 수 있다는 긍정의 결과를 낳는다. 문제는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추구하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고자 하는 미국의 대응이 흡사 브레이크 없이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자동차처럼 멈출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재로서는 양국 모두 물러설 의향이 없는 듯하다. 남중국해를 배경으로 미국과 중국 간 승자가 없는 치킨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중국 간 전쟁이 벌어진다면?


미국과 중국의 안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두 국가 간 전쟁 발발 가능성과 함께 어느 국가의 군사력이 더 우세한가에 대한 논의가 회자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국제적인 관심에 부합하듯 2015년 미 랜드연구소에서 ‘미-중 군사력 점수표(1996-2017)’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간했다(Heginbotham et. al., 2016). 우주를 포함한 항공력에서부터 미사일 능력, 해양력, 사이버 능력 등 총 10개 항목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을 점수화해서 비교한 것이다.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내용은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분쟁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만(Taiwan)과 스프래틀리 군도 등 두 곳에 대해 1996~2017년간 군사력의 우위를 비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 스프래틀리 군도 인근에서 양국의 군사력 점수를 비교한 내용을 살펴보면, 1996년에는 중국이 미국에 경쟁을 할 만한 능력이 거의 없었다. 중국이 가지고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미군 기지에 닿지 않았다. 공군력 수준도 중국이 미국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정도였으며, 해군력 측면에서 볼 때 미 해군이 중국 연안으로부터 원거리에서 작전하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위협을 받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미군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10년에 들어서면서 중국군 대비 미군의 군사력 우위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상당한 수준 차이로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이할 만한 점은 이 시기부터 중국의 미사일이 일본 및 필리핀 내 위치한 미군 기지에 닿는다는 것이었다. 또한 스프래틀리 군도까지 작전 가능한 전투기 수가 1996년 24기 대비 2010년 233기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 시기 스프래틀리 군도 분쟁에 대비한 중국의 해양력 수준을 보면 과거 대비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했고 특히 미 해군을 위협할 수 있는 잠수함 능력을 향상시켰다. 다만 작전거리 측면에서 미 해군에 비해 상당한 열세에 있었다. 그러나 2017년이라는 가까운 미래를 전망해보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비록 대부분의 군사력 점수 비교에서 미국이 앞서긴 하지만, 그 차이가 근소하다. 특히 해양력 분야에서는 중국 해군이 급격히 성장하여 미‧중 양국 모두 남중국해 일정 해역에서 상대방에게 공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또한 2017년까지 중국군이 원거리 군사력 투사 능력을 확대시켜 중국 본토로부터 상당한 원거리에서 미국의 군사력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결론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의 경쟁적인 움직임은 결국 무력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수렴하게 될 것인가?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의 정답은 앞으로 두 국가가 추구하는 국가이익의 크기와 방향에 달려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최소한 가까운 시기에 두 국가가 의도적인 충돌을 야기할 까닭은 없다.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할 국가이익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통제되지 않은 우발적인 충돌은 예외의 상황으로 언제든지 반복적으로 발생 가능하다. 2016년 현재 미국과 중국은 서로 충돌을 향해 달려가는 줄 알면서도 자동차의 운전대를 돌릴 의도가 없는 듯하다. 남중국해라는 한 침대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의 비극적인 현실이다. 




참고문헌


이재현. “남중국해 분쟁의 이해와 향후 전망.“ 「국립외교원 외교안보문제연구소 주요국제문제분석」, No. 2012-32(2012).

EIA. “Contested areas of South China Sea likely have few conventional oil and gas resources.“ www.eia.gov(검색일 : 2016. 4. 6). 

Gang, Ding. “Fishing resources key to S.China Sea order.“ Global Times. August 21, 2013. 

Hancock, Tom. “Chinese fishermen on front line of marine dispute.“ AFP. Mar 5, 2013.

Eric Heginbotham et.al. “The U.S.-China Military Scorecard: Forces, Geography, and the Evolving Balance of Power 1996-2016.” www.rand.org(검색일: 2016. 5. 6).

구민교‧임경한. “동아시아 영토분쟁 : 남중국해 도서.” 『동아시아 영토분쟁 : 문제점과 대응전략』(고양: 국방대학교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2013).

임경한. “Same Bed, Different Dreams: US-Chinese Power Competition Over the East Asian Seas.” 『아태연구』 제21권 제1호(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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